“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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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시나요?”

  얼마전 술자리에서 한 여자 기자분이 농담 같은 이야기를 건냈습니다. 

결혼정보업체에서 여기자의 등급이 해녀(海女)보다 낮다는 얘기였습니다. 

물론 해녀나 기자라는 직업이 나쁜 직업이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다만 여러 가지 힘든 일들을 겪어내야 하는 직업이기 때문에 남성들이 원하는 배우자감 후보로는 꼽히지 못한다는 것 입니다. 

흔히 좋은 직업의 남편이나 아내감을 찾을 때 안정적이며 돈도 잘 벌고, 외모나 학력, 지적수준, 취미, 정서적 교감, 서로에 대한 헌신, 종교 등등 수많은 조건의 꼬리표들이 붙습니다. 

이는 비단 결혼정보업체의 이야기는 아닐 것 입니다. 

나는 아무런 조건을 안 본다고 말하는 분들도 그 분들이 호감을 느끼고 사귀는 분들을 보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조건들에 끌린 경우가 대부분 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은 너무 이런 경향이 강해진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소개팅이라도 들어오는 경우 각 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려진 사진으로 외모 품평회를 사전에 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집안이 어떤 지, 연봉은 얼마인지를 알아내기 위해 지인들을 동원하는 경우도 허다 합니다.  

또 다른 사람과 현재 만나는 사람을 저울질하고 좀 더 나은 사람을 택하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기도 합니다. 

물론 연애를 하든 결혼을 하든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의 행복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보험상품이나 예적금 상품 금리수준을 따져보듯 꼼꼼히 따져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기왕이면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인생이 조금이라도 더 편안해질 테니까요.  

하지만 이런 관계는 불편한 진실을 품고 있습니다. 

바로 상대방도 나를 상품으로 대하고 내 가치를 여러 가지 조건들로 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서로의 조건을 탐하는 욕망의 뒷골목에서 질식해 죽어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순수’일 것입니다. 

그저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상대의 작은 미소만으로도 살아있는 것이 행복했던 시절의 마음일 것입니다.   

밤잠을 못자고 끄적끄적 거리던 연애편지의 서툴음과 수줍음은 힘겹게 죽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수 만가지 단어가 있지만 우리가 입술로 말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는 ‘사랑’일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랑에 한 발짝 더 다가가기 위해서는 머릿속에 채워진 다양한 조건들을 조금 덜어내고 조금 더 순수한 마음으로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리가 지금하고 있는 사랑이 조건들의 조각조각을 기워내 붙여놓은 누더기 담요는 아닐까요?   

독일 작가 막스 뮐러의 소설 ‘독일인의 사랑’의 한 부분입니다. 

주인공 소년에게 소녀가 물었습니다. 

“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소년은 대답합니다. 

“어린아이에게 왜 태어났느냐고 물어보세요. 꽃한테 왜 피어 있는지를 물어보세요. 태양에게 왜 빛나고 있냐고 물어보세요.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사랑하는 겁니다” 

막스 뮐러는 지금 우리에게 묻고 있습니다. 

“지금 옆에 있는 분을 왜 사랑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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